페루, 지구의 불가사의를 찾다

입력 2015-12-14 07:10   수정 2015-12-14 09:55

새섬·아마존·나스카평원…'호기심 천국'지구의 불가사의를 찾다
신비의 나스카 라인…동경하던 '미스터리' 가 눈앞에 펼쳐지다

거미·우주인…수백미터 '나스카 지상화' 에 압도

비 내리지 않는 척박한 기후
'7대 불가사의' 고스란히 보존
나스카 평원에 70여개 펼쳐져

페루서도 맛보는 아마존강…야생동물과 뜻밖의 만남 '짜릿'

아마존강의 시작점 이키도스
지상 35m 캐노피 워크 웨이선
울창한 우림 위를 천천히 산책




1주일간 머무른 페루에서 3억마리의 새들이 사는 섬, 황량한 평원과 사막, 아마존 인근의 열대 우림을 둘러봤다. 섬과 열대 우림은 종을 막론한 생의 울림으로 활기가 넘쳤다. 나스카 평원은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사막은 역동적이고 짜릿한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다른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페루로 가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갈라파고스 울고 갈 새들의 군도, 바예스타스

파라카스 국립자연보호지구 안의 바예스타스는 ‘커다란 활’이라는 뜻을 지녔다. 144개의 군도가 모인 섬의 모양새가 활을 닮아서다. 이곳의 주인은 3억마리에 달하는 200여종의 새, 그리고 물개다. 이곳의 별칭은 ‘가난한 자들의 갈라파고스’다. 갈라파고스와 비슷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졌지만 상대적으로 가기 쉬워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런데도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리마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4시간을 달려 파라카스의 호텔에서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 보슬비를 맞으며 보트에 올랐다. 보트를 타고 40분을 더 가야 바예스타스에 도착할 수 있다. 오후 1시 이후에는 파도가 높아 배가 뜨지 않는다고 하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5분쯤 달리자 가이드는 잠시 배를 세우고 파라카스 국립자연보호지구 내 칸델라브라 섬(candelabra island)에 그려진 지상화에 대해 설명했다. 촛대, 혹은 선인장의 형상을 한 이 거대한 그림은 나스카 지상화의 일부로 추정되며 언제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렸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30분을 더 달렸다. 멀미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할 즈음, 드디어 바예스타스에 도착했다. 도착했다고 배에서 내릴 순 없다. 배를 타고 군도를 까맣게 수놓은 새들과 뭍으로 올라온 물개들을 관찰하는 여정이다. 하늘에는 새들의 군무로 아름다운 포물선이 겹겹이 그려졌고, 그 형상은 거장의 추상화처럼 아름다웠다. 강렬하게 코를 찌르는 새들의 배설물 냄새에 정신이 혼미했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섬의 지질은 철분이 많은 붉은색 암석인데 그 위를 새의 배설물인 구아노가 덮었다. 붉은 딸기 케이크 위에 흰 크림치즈를 얹어놓은 모양새다. 구아노는 냄새는 지독하지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산물이다. 비료로 쓰이는 탓에 잉카문명 때부터 사람들을 먹여 살렸다.

이번 생을 넘어 내세까지 봐야 할 새는 바예스타스에서 다 본 것 같다. 간혹 히치콕의 영화 ‘새’가 생각나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자연은 아름답고 경이롭다. 가마우지, 펠리컨, 남극의 한류를 따라왔다가 열대지방에 살게 된 훔볼트 펭귄 등은 아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사람들이 새들을 관찰하는 것 같지만, 더러는 새들이 사람들을 구경하는 듯한 기분도 든다. 해안에서는 야행성인 물개들이 볕을 쬐며 잠을 자는데, 잠에 취해 늘어져 있는 모습이 무척 귀엽다.

바예스타스의 물개에게는 천적이 없다. 수온이 차서 고래와 상어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천적이 없고 먹을거리가 풍부하니 물개들에겐 이곳이 천국이다. 매년 3월이 되면 물개 근처로 하늘을 나는 새 중 가장 큰 콘도르가 몰려든다고 한다. 겨울 번식기를 거쳐 새끼들이 태어나면 그 태반을 먹기 위해서다.


누가 왜 그렸을까, 나스카 라인

피스코 공항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지상 300m의 고도로 날아오르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나스카 라인을 만나게 된다. 미스터리를 눈으로 확인하러 가는 길목의 풍경은 비현실적이었다. 누구든 저 아래 서면, 화성인처럼 보일 것 같았다.

경비행장을 출발해 20분을 비행하면 본격적으로 지상화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열 명 남짓 탈 수 있는 비행기는 고도와 기수를 급격하게 바꾸며 왼쪽에 앉은 사람과 오른쪽에 앉은 사람 모두가 각각의 형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비행한다. 곡예에 가까운 비행은 약 30분간 이어진다. 탑승 전 모두가 멀미에 괴로울 것이라는 우려는 온데간데없었다. 세계의 미스터리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굳은 다짐 앞에서 멀미와 어지럼증은 맥을 못 추는 듯했다. 비행기가 지상화에 가까워지면 페루인 부기장은 친절하게 한국말로 외쳤다. “오른쪽 개! 왼쪽 거미! 다음 고래!” 찰나로 느껴질 만큼 잠깐 동안만 보이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오랜 세월 동안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 데는 척박한 기후가 한몫했다. 나스카 평원은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이다. 지상화들은 비를 맞지 않아 물에 쓸리지 않고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었다. 어떤 문명이 무엇을 목적으로 이 거대한 작업을 수행했는지는 미스터리다. 사람들은 이 미스터리를 두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급기야 몇몇은 외계인이 그렸다는 가설까지 내놓은 상태다.

그림은 다음의 방식으로 그려졌다. 막대기로 땅을 긁어 20~30㎝의 홈을 파낸다. 밝은 빛의 흙이 드러나면 자연스럽게 선이 되고 그 주변은 바람에 의한 퇴적을 막기 위해 자갈로 둑을 쌓는다. 어린아이 흙장난 같은 단순한 방식이지만 규모는 엄청나다. 돌고래, 원숭이, 거미, 개, 콘도르, 우주인 등의 형상을 한 그림이 작은 것은 30m에서 큰 것은 285m에 이른다. 단순한 선, 삼각형, 사각형 등의 도형까지 더하면 나스카 평원을 수놓은 지상화는 70여개에 이른다.


사막 사파리와 샌드 보딩도 짜릿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거대한 규모로 그려진 지상화에 관한 기록은 전무하다. 나스카 라인은 1920년대 비행기 조종사들이 발견한 후 독일의 마리아 라이헤 여사에 의해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그는 다양한 형상의 그림들이 세상에 드러나도록 했다. ‘빗자루를 들고 다니는 사막 마녀’라는 뜬소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연구를 이어간 결과 나스카 라인이 A.D 190년~B.C 600년 사이에 그려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에게 알려진 잉카는 15~16세기까지 번성한 제국이니 알려진 바 없는 잉카 이전의 문명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알아낼 수 있는 건 없다. 1955년 페루 정부가 나스카 대평원 관개계획을 발표했을 때 정부를 설득해 나스카 라인을 지켜낸 인물 역시 마리아 라이헤였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 거대한 유적은 물속에 잠기거나, 포도밭이 될 뻔했다.

풀리지 않는 궁금증은 잠시 접어두고, 사막에서의 스릴을 만끽할 차례다. 나스카에서 차로 20분이면 이카(ika)에 닿는데, 이 지역은 사막 사파리와 샌드 보딩으로 유명하다. 바람은 사막에 곱고 고운 결은 물론 급격한 경사의 언덕도 만들어냈다. 보기 카를 타고 사막의 굴곡을 거칠고 격렬하게 달리는 사막 사파리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 짜릿하다. 입을 벌려 환호하고 싶겠지만 마음 속으로만 내지르자. 입을 벌리는 순간 바람에 실려오는 모래를 가득 머금게 된다. 다른 재미는 바로 샌드 보딩. 낭떠러지라고 해도 좋을 경사의 모래언덕에 맨몸을 던지는 게 쉽지 않아 보이지만 보기에만 무섭다. 보드와 모래가 마찰하면서 속도가 줄어 적당히 스릴 넘치고 즐겁다.


生의 활기로 가득한 아마존

안데스 산맥에서 발원해 6992㎞에 걸쳐 남아메리카 대륙을 관통하는 아마존 강은 꿈의 여행지다. 리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45분을 날아 이키토스에 도착했다. 강의 지류와 호수에 의해 육로가 고립된 이키도스는 아마존 여행의 시작점이다. 오토바이가 거리를 빼곡하게 메운 도심을 지나 항구에서 보트를 타고 노을이 물든 아마존 강을 건너 도착한 곳은 세이바 톱스 롯지다. 롯지 뒤편에 있는 수령 약 300년의 세이바 나무의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 아바타의 ‘생명의 나무’를 그대로 빼닮은 나무는 인근에서 신령목으로 여겨진단다. 롯지에 들어서자 개미핥기처럼 생긴 들소와 눈이 맞았다. 이름은 신시아. 롯지 곳곳을 돌며 이것저것 주워 먹고 맛없으면 뱉어내기 바쁘다. 처음 보는 기이한 모양의 동물이 무심히 돌아다니는 모습을 마주하자 비로소 다른 문명으로 발을 들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튿날, 생경한 열대 우림의 속살을 보기 위해서 동트기 전부터 움직였다. 뱃길로 1시간45분을 이동하는 동안 해가 떴고 강 유역의 사람들은 일상을 시작했다. 빨래를 하고, 낚시를 하고, 배를 타고 학교에 가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여행자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익스플로라마 롯지에 도착해 아침식사를 하고 40분간의 트레킹이 이어졌다. 남자 성기 모양의 뿌리를 가진 마초 나무, 가구 재료로 인기가 많은 마호가니, 새드로 나무 등이 무성한 숲은 활기로 가득했다. 발아래로 나뭇잎이 움직여서 들여다보면 개미 무리가 빠른 속도로 나뭇잎을 킥璲?있었고, 다양한 종류의 개구리들이 여기저기서 출몰했다. 트레킹이 끝나는 지점은 캐노피 워크 웨이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캐노피는 1991년 이 지역에서 서식하는 새로운 종의 출현을 관찰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거리를 자랑한다.

총 14개의 구역으로 길고 짧은 캐노피들이 연결돼 있으며 가장 높은 것은 지상으로부터 35m 떨어진 곳에서 출렁인다. 하늘을 걷는 짜릿한 기분을 기대했지만 빼곡한 우림 덕분에 높이 올라와 있다는 느낌은 덜하다. 공포에 휩싸여 흔들다리를 건너는 일에만 집중하지 말고, 나무 꼭대기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의 소리를 듣고 눈으로 관찰하며 천천히 걸어야 한다. 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원숭이와 눈이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마존은 천국이다. 설치류 중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순한 성격의 카피바라, 졸린 얼굴로 사람 품에 포근히 안기는 나무늘보, 다양한 종의 원숭이, 아름다운 빛깔의 앵무새 등이 도처에 가득하다. 배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민물에 사는 돌고래인 아마존 핑크 돌고래와 마주치기도 한다. 아주 잠깐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미는데, 빠른 움직임을 추적해 사진 찍는 것은 실패했지만 수면 위로 올라온 분홍빛 머리는 분명히 봤다. 핑크빛은 아니고, 복숭아색에 가깝다.

피라냐 낚시도 이색적 즐거움

피라냐 낚시도 아마존에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날카로운 이빨로 미끼를 뜯어먹고 재빠르게 달아나지만 피라냐를 낚아채는 손맛을 본 사람들의 표정은 더없이 해맑았다. 잡은 피라냐는 구워 먹기도 하는데, 여행객 대부분은 강으로 돌려보낸다. 세이바톱스 롯지 인근에는 동물구조센터가 있다.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에서 밀수한 동물들을 구조하고 자연의 상태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원숭이, 아나콘다, 나무늘보, 코아띠, 앵무새 등과 교감하고 싶다면 꼭 들러보자. 마음이 따듯해지는 아름다운 경험을 가득 안고 돌아오게 될 것이다.

아마존의 삶을 모습을 둘러보고 싶다면 야구아족 원주민 마을과 인디애나 빌리지로 가보자. 야구아족 마을에선 페루 북부 지역의 아마존 인디언 원주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원주민이라고 해서 원시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방문객이 오면 전통의상을 갖춰 입고 블로 건(blow gun, 입으로 불어 쏘는 화살) 사냥법을 시연하고 전통춤 공연을 선보인다. 손수 만든 공예품도 판매하는데, 저렴하고 아기자기한 물건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마존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인디애나 빌리지에 가보면 된다. 연출된 분위기의 야구아족 원주민 마을과 달리 사람들의 삶의 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인근에서 가장 번성한 마을이어서 아침마다 서는 시장의 규모도 크다. 향신료, 채소와 과일, 강에서 잡아 올린 민물고기 등을 좌판에 가득 펼치고 손님을 맞는다.

여행정보

페루沮?가는 직항은 없다. 미주 지역을 경유해 리마로 들어가야 한다. 파라카스 국립자연보호지구, 나스카 라인을 둘러보는 경비행장이 있는 피스코까지는 차로 이동했다. 리마에서 판아메리카나 고속도로를 타고 약 4시간 거리다. 북쪽의 이키토스까지는 리마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40분 거리다. 화폐는 누에보 솔(PEN)을 사용한다. 달러로 환전한 후 현지 화폐로 다시 바꿔야 한다. 1달러는 약 3.37PEN. 1솔은 한화로 약 350원이다. 아마존 열대 우림 지역에 들어가려면 황열병 예방 백신을 맞아야 한다. 국립의료원이나 인천공항 검역소에 예약하고 여행국가 입국 열흘 전까지 접종해야 한다. 개인의 체력에 따라 접종 후유증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니, 반드시 건강한 상태에서 접종해야 한다.

페루=문유선 여행작가 ellomygra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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